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도 건강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축구를 하러 간다고 집을 나서고 10분만 들려온 충격의 비보....
"선생님 기운(가명)이가 축구를 하다가 학교 운동장에 쓰러졌는데 얼굴이랑 온몸이 파랗고, 움직이질 않아요."
다급한 목소리로 알려온 다른 아이의 말을 듣고 정신없이 뛰어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119 대원과 학교 양호선생님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 틈으로 조금 보이는 기운(가명)이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조용히 누워만 있었습니다.
2014년 2월 초 그렇게 꿈꾸던 고등학교 입학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그날.. 건강하던 기운(가명)이에게 찾아온 불청객 ‘부정맥“ 기운(가명)이와 함께 생활하는 우리 모두 두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우리 기운(가명)이에게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고” 그러나 그날이후 기운(가명)이는 우리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중환자실에 누워 가끔씩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기운(가명)이를 볼 때면 금방이라도 깨어나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장난칠 것 같은데 벌써 두달이 넘어갈 동안 병실에만 누워있습니다.
기운(가명)이의 부모님은 사업 실패로 엄청난 빚을 지어 한 동안 도피생활을 하던 중 피해자들의 고소로 교도소에 수감될 수밖에 없었고, 설상가상 기운(가명)이 부모님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자로 몰리면서 아이들과 강제분리 되면서 동생들과 함께 기운(가명)이를 보육원에 어쩔 수 없이 맡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일찍 사회생활에 복귀할 수 있게된 부모님은 다시 가정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삶은 점점 힘들어지고 기운(가명)이 마저 이렇게 되니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눈에 밟히는 동생들을 보며 다시 힘을 내려고 하고 있지만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기만 합니다.
또한 기운(가명)이는 부모님과의 도피생활로 중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보육원 친구들이 학교로 가고 혼자서 검정고시 학원 및 자율학습을 통해 검정고시를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친구들과 같이 교복을 입고 3년만에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생각만해도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던 기운(가명)이었습니다. 평소 영어, 중국어 공부를 좋아하던 기운(가명)이가 이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제주도에 있는 보육원에 사회복지사입니다. 기운(가명)이가 쓰러지고 난 후 기운(가명)이를 돕기 위해 많은 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시설 아동이라 긴급지원 대상에서 제외 됐다는 이야기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저희 시설을 도와주는 몇몇 분이 후원금을 맡겨주셔서 급하게 수술비와 물품지원비로 사용을 하고 있지만 후원금마저 얼마 남지 않아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한 달에 3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의 간병비 입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기운(가명)이를 위해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보낼 긴 시간과의 싸움에서 기운(가명)이가 다시 일어날 거라는 믿음과 긴 투병기간동한 필요한 경제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습니다. 부모님이 기운(가명)이를 위해 간병만 하기에는 생계가 끊어질 것이고, 점점 지쳐가는 어머니와 기운(가명)이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싶으나 아직까진 저희들의 부족한 능력으로 별 도움을 주지 못해 스스로를 한탄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꼭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의지가 있기에 기운(가명)이의 부모님과 함께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저희들에게 조금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을 주신다면 기운(가명)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기운(가명)이가 그토록 원하던 학교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닐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